[총장 인터뷰] 7월 17일 아르투로 소사 총장 신부 방한 기자간담회 전문 -2 (예수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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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총장 아르투로 소사 신부 기자간담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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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쇄신의 과정에서 다양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교황의 이런 노력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A. 단언컨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황입니다. 교회를 통치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하심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함께 교회를 건설해가는 노력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공동합의성, 즉 시노달리티(Synodality)는 성령께서 하느님의 백성에게 말씀을 건네신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입니다. 공동합의성에 기초를 둔 교회 통치는 성령께서 백성에게 말씀을 건네시는 대로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교회의 교계제도 안에서 식별을 해나가는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가을, 로마에서 열린 청년 문제에 관한 시노드, 올해 2월에 열린 아동성추행 문제에 관한 시노드에 참석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공동합의성(Synodality)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아동 성추행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이에 대해 함께 응답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새로운 응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오늘날 많은 청년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이냐시오 영성은 한국 사회와 교회에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A. 네 가지의 보편적 사도적 선택 가운데 청년들을 영신수련과 식별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열어가는 과정에 동반하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세상이 더욱 세속화되고 더 크게 변화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영신수련을 통해 하느님 체험을 젊은이들과 이 세상에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기회로 생각합니다. 세속화된 사회는 개인에게 종교적 의미에서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합니다. 동양의 경우 불교와 유교, 서양의 경우 그리스도교 등 신앙 안에서는 신앙의 이름으로 개인에게 강요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세속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공간은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회는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개개인의 영신수련을 통해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젊은이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영신수련으로 개인에게 맞는 삶을 식별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 그런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을 사는 공동체로 함께 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영적 체험을 넘어 그 체험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동반한다면 더욱 바람직합니다. 그리스도교는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종교입니다. 회심의 과정에 동반하고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지속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 공동체가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회심에서 그치지 않고 공동체로 함께 살고, 그러한 공동체를 통해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전체 과정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더불어 이 전체 여정 안에서 우리가 잊어서 안 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받아 온 상처에 대한 의식입니다. 공동의집 지구가 잘 보전되어야 한다는 것,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고 지켜야한다는 의식 없이는 우리가 복음을 온전하게 사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Q. 2016년 총장 선출 후 많은 지역구와 관구를 방문하고 계십니다. 이 방문에 대한 인상은 어떻습니까?
전체적인 인상은 예수회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하나의 몸체라는 것입니다.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 인적, 물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고 주어지는 도전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어려운 상황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대면하는 전 세계 예수회원의 노력은 감동적입니다. 이런 노력 안에서 우리 예수회가 성령의 인도를 받고 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Q. 한국교회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십니까?
A. 한국교회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큰 문제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며 도움을 제공하는 큰 도전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시급한 평화의 문제에 있어 남과 북의 두 사회가 각자가 가진 큰 차이점을 조화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 돕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가 한국사회, 그리고 전 세계에 특별히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한반도 평화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1 가량이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테스트한다면 북한 주민 100만명 이상이 사망해도 선제적 핵 공격에 찬성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어떻습니까?
A. 대단히 비인간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교회와 예수회의 입장은 폭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핵무기를 통한 해결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비핵화의 문제는 단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톨릭교회는 어떤 형태든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해왔고, 이미 핵무기를 가진 국가도 이런 선언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비핵화만이 아닌 비무장화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미의 비극적인 현실에서 무장과 가난, 폭력은 함께 어우러져 갑니다.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은 단지 비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비폭력, 비무장화하는 길입니다. 그리스도교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모습입니다. 그 모습은 비무장화된 한 인간의 모습, 비무장한 상태에서 심장이 창에 뚫려 피를 흘리며 죽음으로써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놓고 세상에 생명을 가져다주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리스도인에게 비무장은 곧 다른 이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태도, 이를 통해 세상에 생명을 가져다주는 것을 말합니다.
Q. 한국사회는 다양한 종교와 여러 이념들이 공존하는 사회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비교적 화해와 화합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여러 이데올로기와 종교는 갈등을 빚고 충돌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한국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믿음과 전통들이 갈등 없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A. 그리스도교는 어떤 문화와도 함께할 수 있는 종교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어떤 문화를 배척해야한다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는 다양한 종교가 곧 하느님의 얼굴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다양성을 하느님의 풍요로움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느님의 얼굴은 유럽의 얼굴도, 아시아의 얼굴도 아닙니다.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다양성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복음의 토착화는 하느님의 메시지, 복음의 메시지가 얼마나 널리 적용되는가를 깨닫게 하고, 자신의 문화가 전부가 아닌 전체의 일부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하며, 궁극적으로 자유롭게 하는 것 돕습니다.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는 자신이 속한 문화에 더욱 충실하고 더욱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측면과, 자기의 문화에 사로잡히지 않고 더 큰 세상을 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복음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속한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충실해지는 한편 자신을 열어 보임으로써 더 넓은 세상에 스스로를 던질 수 있습니다. 다른 종교와의 대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하느님께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다른 종교를 통해서도 말씀하셨다는 믿음입니다. 다른 문화와 다른 종교 안에서 그들에게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자주 강조하시는 종교간 대화의 출발점은 사람들의 만남입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자주 만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 더 깊은 차원, 신학적, 철학적 차원의 대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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